다들 빨강머리 앤이라는 소설 혹은 만화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서 잘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 빨강머리 앤이라는 만화의 주제가를 자주 들었고 사실 소설이나 만화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대략 누가 나오는지 정도는 잘 알고 있었고 유명한 작품을 기반으로 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컬쳐블룸을 통해 신청하고 가게 되었습니다.

공연은 조금 특이하게도 극 속에서 극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고 또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 세 명이서 돌아가면서 앤 역할을 맡아서 하는 특이한 구조였습니다. 세 분 다 장단점이 존재했는데 전 개인적으로 가장 첫 번째 앤 역할을 맡아주신 홍나현님의 앤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비쥬얼은 정말 만화 속 앤이 현실로 튀어나온 것처럼 싱크로율도 좋았고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성량이 나오는지 노래도 가장 뛰어나셨어요.(그렇다고 다른 분이 못 했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세 분이서 돌아가면서 하다보니 비교가 돼서 그 중 가장 제 눈에 띄었다는 말입니다.)

공연은 조금 취향을 탈 것 같더라구요. 좋게 말하면 창의력있게 무대를 꾸며놓은 것이고 조금 나쁘게 말하면 전체적으로 저렴하게 소품을 사용해서 연출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마차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말 역할을 남자 두명이 하고 양 손에 캐스터너츠같은 물건을 들고 말굽 소리를 내면서 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둘다 옷도 그냥 체육복을 입고 있는 데도 그냥 말을 흉내내기 때문에 말이라고 봐달라 이런 식입니다. 애시당초 설정을 고등학교에서 앤을 연극하는 것으로 한 것이 그런 의도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금은 저렴하게 연출해도 고등학교에서 하는 연극이니 넘어가줄 수 있다는 생각을 관객에게 유도한 것 같았어요. 이 건 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지 결코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름 신선해서 좋아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의 복장 퀄리티가 점점 좋아졌습니다.



사실 극을 보면서는 몰랐는데 극의 내용은 빨강머리 앤 원작과 거의 동일하다고 다른 분의 글에서 보고 알았습니다. 저는 원작 내용을 모르고 보는데 조금은 평범한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원작을 아는 분들은 조금 지루하다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는 내용일지라 해도 뮤지컬로 재탄생 했으니 노래 들으면서 보는 맛이 있어서 색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스토리보단 극의 코믹적인 요소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연극이나 뮤지컬이 다 그렇듯이 여기에도 중간 중간 코믹적인 요소가 많은데 약간 느낌이 웃찾사 혹은 코미디빅리그의 코드와 조금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재미를 느끼는 분들이라면 무척이나 웃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금은 웃기 힘들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앉은 분은 굉장히 재미있어 하시더라구요. 저는 많이 웃지는 못 했습니다;

아무래도 주관적인 평가를 쓰다보니 평가가 조금은 안 좋아진 것 같은데 그냥 저랑은 조금 안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기대치가 높았던 것이 문제이기도 한 것 같구요. 대학로에서 볼 수 있는 그냥 무난한 뮤지컬 중에서는 충분히 괜찮은 편에 들어간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 기준이 꼭 절대적인 것도 아니구요. 저는 사실 홍나현님의 앤 연기나 노래가 너무 맘에 들어서 극 전체를 통틀어 홍나현님이 앤역할을 해주셨다면 훨씬 평가가 높아졌을 것 같아요.ㅎㅎ; 끝으로 좋은 뮤지컬 보게 해주신 컬쳐블룸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마지막 커튼콜 영상 첨부하니 한 번 직접 보고 판단해보세요. 노래 부분은 이 것 말고도 좋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 글은 컬쳐블룸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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