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소개

- 출연진

남명렬,유승일,오민석,김동현,이갑선,박지아,김병희,김나미,이유하,박현수,김기훈

- 공연 장소

홍대 다리 소극장

- 시놉시스

197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 오직 초능력으로 적과 싸우는 것을 목표로 미국에서 창설된 비밀부대가 있었다. 그렇다면 미소의 냉전보다 더 심각했던 남북의 대치 상황에서 만약 우리에게도 이런 시도가 있었다면? 오직 초능력만으로만 북한과 맞서는 비밀부서. 그리고 슈퍼 파워로 무장한 특수요원.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어느 마술사 이야기>는 중앙정보부 7호실의 특수요원이었던 한 남자의 삶을 당시 한국의 정치 상황 속에서 극적 상상력으로 풀어간다.


#공연 후기

사실 처음 포스터를 순간 꽂혀서 이 건 꼭 봐야돼!라고 생각해오던 작품입니다. 그러던 중 컬쳐블룸에서 좋은 기회가 생겨 응모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설정을 좋아해서 포스터 못지 않게 제목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놉시스를 보니 중앙정보부가 나와서 약간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조금은 예상했으나 그래도 크게 예상은 하지 못하고 극을 보게 되었습니다.

극은 초능력자인 주인공의 일생을 그의 입을 통해 듣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초능력자인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어느 저명한 물리학자인 교수를 찾아가 자신이 초능력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달라는 황당한 말을 시작하면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줍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판타지장르의 연극일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두루뭉실한 내용은 보통 연극으로 만들지 않기에 메세지가 없을리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중앙정보부에 들어가는 부분부터 본격적으로 극이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세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극은 우리의 시대상을 보여주려는 극입니다. 유신시대에 고문관으로 일했던 그 사람들에게 죄를 물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하나의 인간으로 양심에는 걸렸지만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정부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니 인간적인 연민을 가져야할 것인가 아니면 비록 정부의 명령이긴 했지만 끔찍한 짓을 한 것은 사실이니 그들을 미워해야할 것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빌리는 인물이 주인공 마술사인 것입니다.

극을 보기 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그가 초능력자인 것을 어떻게 보여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도 아닌 연극에서 어떤 식으로 연출을 해낼지 궁금했고 극을 보면서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했습니다. 나름 굉장히 신선한 부분도 있었고 연극이기에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연극을 보게 되는 큰 동기가 되기에 직접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확실한 건 연출부분에서 연기자 분들이 열심히 연기하셔서 초능력 장면을 잘 살리셨다는 것입니다.

극은 크게 나무날 때가 없었습니다. 주인공인 마술사의 연기부터 주변 인물들의 연기가 굉장히 좋았고 특히 기자분 연기가 똑 부러져서 눈에 띄었고 마술사의 어머니 역할로 나오는 분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어머니 역할 하는 분이 나올 때마다 객석은 빵빵 터졌습니다. 다만 극이 마술사의 독백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마술사를 제외한 주변인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적었습니다. 특히 포스터에 있는 분 중 한 분은 극 끝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하지만 극을 통틀어서 나오는 비율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애시당초 말이 안 되는 설정을 하다보니 스토리의 비약이 심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극에 몰입이 약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런 몇몇 단점은 미미한 편이었고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무척이나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우리의 아픈 시대상을 건드리기 때문에 그러한 사회적 배경을 모르는 어린 학생들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근현대사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보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고 특히 그 시대를 겪으신 어르신 분들은 충분히 공감하면서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두 층의 중간정도 세대여서 제가 직접 겪었던 일은 아니지만 부모님께 들었던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몰입해서 보았습니다.

이 글은 컬쳐블룸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레아는 포스터만 보고는 전혀 판단이 안 되는 뮤지컬이었습니다. 줄거리도 창작뮤지컬인만큼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정말 아무런 정보없이 가게 되었어요. 그래도 그 동안 다녀온 리딩공연이나 쇼케이스의 경우 전부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약간은 기대를 가지고 다녀왔습니다.


혹시나 리딩공연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약간의 설명을 하자면 리딩공연은 정식공연 전에 배우들이 대본을 보면서 연기를 하는 공연을 말합니다. 음악이나 대본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지만 무대장치나 배우들의 소품등은 거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하다보니 2프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공연입니다. 하지만 리딩공연으로 여러가지 실제상황을 체크하고 관객들의 반응을 본 뒤 정식공연 때 반영할 수 있으니 제작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공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때문에 당연히 부족한게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점 감안하고 글을 읽으셨으면 합니다.

공연장은 블루스퀘어 3층 꼭대기에 있는 카오스홀이라는 곳이었는데 전문적으로 공연을 위한 공간은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홀개념의 큰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다녀온 곳은 전부 전문 콘서트장 혹은 리딩공연을 위해서 만들어놓은 공간이어서 그런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보니 음향 시설은 아무래도 약간 부족해서 스피커가 울리는 편이었고 가끔 연주소리가 너무 커서 배우들의 노래나 대사가 묻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앞서 말했듯이 리딩공연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이 부분은 전부 감안하고 보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었습니다. 제가 주로 보고 싶었던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노래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스토리라인이었으니까요.



첫번째 배우의 연기는 끌로드 역할의 임현수님과 엘마뉴얼 역의 나정숙님이 가장 빛났습니다. 전체적으로 연기가 좋았지만 아무래도 대본을 보면서 연기를 하기 때문에 정확한 감정 전달은 어려웠는데 두 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감정전달을 잘 해주시더라구요. 특히 임현수님이 어떤 사실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아 바닥에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의 연기는 정말 너무나 멋졌어요. 끝에 연출가님 말처럼 나정숙님은 이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잘 소화해주셨습니다.

두번째 부분은 노래인데요. 노래는 단연코 나정숙님이 최고 아니었나 싶네요. 주연분들이 전부 노래를 잘 하셨습니다. 다만 조금은 노래에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어요. 그 이유는 배우분들이 극이 끝난 뒤 말씀하셨는데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변화가 많았고 1달 전에 급격히 바뀐 부분이 많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무래도 배우분들이 완벽하게 노래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나정숙님은 당장 내일 공연 시작해도 될만큼 완벽하셨어요. 나정숙님의 파트 부분이 끝날 때는 언제나 큰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따라다녔어요. 특히 처음 극이 시작할 때 담배를 소재로 부른 노래는 극을 통틀어 가장 좋았어요. 나정숙님 파트는 바뀐 게 거의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ㅎㅎ

세번째 부분 스토리라인은 참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원래 150분짜리 연극을 리딩공연으로 보여주기 위해 80분가량(제가 본 시간으로는 90분정도였습니다.)으로 편집하다보니 아무래도 중간에 잘려나간 부분이 많아서 극이 이해 안 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사회자분이 극을 시작하기 전에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해놓은 상태여서 그러려니하고 봤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 뮤지컬의 스토리는 맨 마지막 결말이 90프로를 차지하는데.. 결말이... 정말 충격 그 자체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가 어제 충격의 끝판왕 연극 그을린 사랑을 보고 온지라 거기에 조금은 면역이 된 상태여서 충격을 많이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쉽게 말하기 어려운 소재임에는 확실했습니다. 압축된 이야기 속에 좀 더 많은 서사가 있겠지만 이 결말을 관객들이 공감하면서 받아들이려면 앞으로도 많은 준비를 하셔야할 것 같아 보이기는 했어요. 연출가님 어깨가 무거운 부분이죠..


극이 끝나고 연출가님과 주연배우 네 분이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연출가님이 이 극의 무거운 내용때문에 많이 고민하신 것 같더라구요. 뮤지컬계에 큰 파장을 일으켜보자는 생각으로 연출을 맡으셨다고 하셨고 제 생각에 확실히 이 극이 성공적으로 관객들에게 알려진다면 적지않은 반향을 불러올 거라고 봅니다. 만약에 나중에 정식공연이 나온다면 결말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물론 보고 난 뒤 마음이 편치는 않겠지만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고 봅니다.

이 글은 컬쳐블룸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번에 그을린 사랑 공연시간이 225분이라 너무 걱정된다고 글 올린 적 있는데요. 오늘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사실 생각의 대부분은 225분을 과연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걱정을 뒤로 하고 도착한 공연장이 좀 생소한 곳이라 처음가봤는데 너무 놀랐어요. 실내에서 촬영금지라고 하셔서 사진은 찍지 못 했지만 살면서 가본 곳 중 가장 멋있는 연극 공연장이었어요. 우선 무대 뒤로 대형 유리창이 있어서 밖의 올림픽 공원이 다 보이는데 그렇게 끝내주는 전경을 보여주는 연극은 어디서도 볼 수 없을 듯 싶었어요.

보통 연극은 시작하면 무대가 어두워졌다가 밝아지면서 배우가 나오기 마련인데 처음 안내사항만 방송이 나온 뒤 주변에서 잡음같은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연극이 시작했습니다. 사실 연극 시작한지도 몰랐는데 왠 아저씨 한 명이 나와서는 앞에서 말한 창 앞에 서서 밖을 계속 바라보더라구요. 별 생각이 없으면 극이 시작했는지도 모를 시작이었습니다.

이 연극은 약간의 부가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혹시나 연극을 보지 않으신 분도 어느정도 내용을 알면 좋을 것 같아요. 극은 주인공 쌍둥이 남매의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장을 집행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쌍둥이 남동생은 누나와 함께 유언장 집행을 듣게 되는데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들에게 침묵으로 일관하며 자신들에게 무관심했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누나는 자신의 어머니가 왜 그러했는지 쫓게되고 결국 남동생도 그러한 누나의 뒤를 쫓아서 어머니의 죽음을 따라서 어머니의 유언장을 이행하기 위해서 여행하는 과정을 그린 연극입니다.

지금에야 연극을 다 봤으니 앞 장면도 전부 이해가 돼서 이렇게 설명을 하지만 연극 초반부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어서 대부분의 장면이 이해도 되지 않았고 아무래도 연극이다보니 상징적인 장면이 많아서 보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특히 시간을 왔다갔다하는 연출은 극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에게는 괜찮을지 몰라도 극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도대체 지금이 언제를 말하고 있는건지 알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전부 아랍권 이름이어서 한 번 들어서는 이름이 잘 외워지지 않는 것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1부에서는 남매가 어머니를 찾아나서기까지 과정과 어머니가 과거에 겪었던 일들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전반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조금은 보기 힘든 부분이 많아서 1부가 끝나고 15분 동안 진행되는 인터미션동안 몇몇 사람들은 관람을 포기하고 그냥 가더라구요. 조금만 참으면 정말 어마어마한 장면이 나오는데 1부만 끝나고 간 사람들은 정말 두고두고 후회할 거에요.

2부부터는 사건이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2부를 말하려면 이 연극의 연출에 대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을린 사랑은 이 번이 초연은 아닙니다. 하지만 과거의 사진을 찾아보니 무대에 콘크리트 구조물 같은 걸 만들어서 조금은 삭막하게 만들어놨더군요. 연극의 내용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아니었지만 조금은 촌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번 연극은 과장 조금 섞어서 의자 4개와 식탁 하나 가지고 연출을 하는데 정말 이보다 더 세련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극장 자체가 워낙 잘 만들어져서 가능했던 부분도 있어 보여요. 우선 극장 뒤 쪽의 창을 정말 잘 사용했습니다. 처음 공연 시작할 때가 5시였습니다. 그 때 창밖보는 설정으로 밖을 보여주다가 커튼을 닫고 2부 끝쯤 8시경에 한 번 더 열어주는데 올림픽 공원의 끝내주는 야경과 밖의 도로로 보이는 차들 정말 영화에서도 보기 어려운 연출같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관객이 앉는 객석을 마치 법정같이 연출하는 것이나 천창에 있는 무대설치용 난간을 연출공간으로 활용한 점등이 돋보였습니다. 너네 연극 좀 지루하지? 이 연출 보고 잠 좀 깨!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지루함없이 극을 보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이렇게 멋진 연출과 함께 2부에서 이야기는 점점 극을 치닫게됩니다. 연극을 보면서 점점 도대체 어머니의 유언을 어떻게 끝낼까 싶었는데.. 와... 결말을 보게 되면 연극의 모든 것이 이해됩니다. 등장인물의 모든 행동과 앞서 나왔던 내용들 모든 것이 한 번에 정리됩니다. 하지만 초반에 잘 모르고 보느라 놓친 것이 있어서 또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어지간해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 잘 안 하는데 이 연극은 정말 다시 보면서 내용을 곱씹어보고 싶었어요.단지 결말 부분뿐만 아니라 이런 사단이 나기까지 이유를 설명한 부분도 맘에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전쟁의 아픔을 이렇게 극단적으로 말하는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정말 제가 살면서 본 연극 중에 기억에 남는 연극 몇 개 있습니다. 관객모독,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등 아직까지도 감동과 충격을 줬던 작품이 몇몇 개 있는데 그을린 사랑도 그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최고점수를 줘도 모자랄 것같은 연극이었어요. 혹시나 못 보신 분들 있으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촬영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사진을 하나도 못 찍었네요. 그런데 몇몇 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찍으셔서 제가 잘못 들은 건가 싶기도 했어요;)

이 글은 컬쳐블룸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Recent posts